코펜하겐 메이커 행사 참여 후기

배경

덴마크에는 메이커페어가 없다. 메이커페어는 각 나라에서 개최할 단체가 있으면 그 단체가 개최하는 것이다. 메이커페어라는 브랜드 라이센싱을 하는 것이기에 비용도 들어간다고 한다. 북유럽쪽은 메이커페어에 관심이 좀 덜해하는 것 같고, 메이커페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신들만의 이벤트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이 곳 핀란드에서는 각 학교마다 메이킹 스페이스가 (정확히 말하면 craft room) 있고,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DIY 문화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다. 덴마크에도 팹랩이 몇 있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메이킹 스페이스가 더 많이 있다. 몇 곳은 아주 운영이 잘 되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어떤 메이커 스페이스는 활동 회원수가 몇 백명이고, 회원이 몇 백명이라서 메이킹스페이스 운영에 충분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코펜하겐메이커 (http://www.copenhagenmaker.com/) 라는 이름으로 메이커 문화 행사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와 연락을 미리 주고 받고 나서 지난 3월 덴마크의 메이킹 스페이스를 견학하는 여행을 갔고, 코펜하겐의 한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이번 코펜하겐 메이커 행사에서도 한 번 더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고 숙소 등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Visitation Underbroen in Copenhagen.

메이커로서, 그리고 강연자로서 메이커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서 매우 설랬고 기뻤다. 최근 열심히 제작하고 있는 버스킹봇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1일차

Left woman with red clothing : Iwata Megumi / Center woman with stripe clothing : Chai Park

 

 

첫 날에는 나의 전시는 없고, 아내와 아내의 친구가 준비한 1달러 과학 실습 프로젝트를 도왔다. 아내와 아내의 일본인 친구 메구미는 이 곳 핀란드에서 Learning Technology and Education 이라는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메이커 문화에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번 기회에 그들의 이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가지 과학 게임을 아이들이 쉽고 저렴하게 접할 수 있도록 키트화 하고, 포장해서 가져갔다. 모든 실습은 무료로 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재미있는 기부 박스를 하나 만들어서 동전을 기부받았다.

한 번은 코펜하겐 기술 박물관 대표가 함께 일해볼 생각이 있냐면서 명함을 주고 갔다. 자신의 박물관을 새롭게 바꾸려고 하는데 우리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도 너무 깜짝 놀라고 당황해서 뭐라고 대화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운 대화였다. 그는 10월 중순 이후에 여유가 되기 때문에 그 때 연락해 보자고 했다. 정말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만든 것이 박물관에 체험형태로 들어가게 된다면!

2일차

본격적으로 나의 프로젝트를 전시하기 시작했다. 버스킹봇은 로봇이 유튜브 음악에 맞춰서 북을 치는 로봇인데, 사람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나의 오랜 꿈인 로봇과 함께 버스킹 여행 떠나기를 위한 로봇인 것이다. 나는 실로폰 연주를 하고 로봇은 북을 치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한 시간 정도는 너무 한산했다. 이 때 느낀 감정은 정말 복잡하고 미묘했다.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버스커들이 얼마나 대인배인지, 내가 얼마나 소인배? 인지 알게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그 기분은 참 복잡하고 미묘했다.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아주 열심히 연주했지만 아무도 없으면 약간은 창피한 느낌까지 들었다. 연주를 중간에 그만 둔 적도 있다. 그러다 문득 길거리 버스커들이 생각났고, 그들이 연주할 때 다른 사람들이 듣던 듣지 않던 즐겁게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을 정해놓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관객이 있던 없던 상관 없이 무작정 연주를 했다. 그러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내 연주를 듣고 멀리서 찾아오기도 했고 어떨 때는 아예 오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연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좀 알 것 같았다. 연주를 하려고 했다면 진짜 연주를 집중해서 하는 것이 맞다.

한편, 로봇과 함께 연주하는 컨셉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로봇 주변에 소형 플라스틱 드럼통을 몇 개 배치해 두었고 많은 사람들이 합주를 했었는데, 유독 어떤 꼬마숙녀는 계속해서 연주를 함께 했다. 약 한시간 정도를 나와 함께 계속해서 연주했었는데 연주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드럼을 치기 위해 손을 교차하는 폼부터 박자를 정확하게 찍어내는 것 까지 수준급이었다. 나이는 7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왜 이렇게 잘 치는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까 아버지가 드러머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기 저기 둘러 보고 오겠다고 하고 아이는 나와 계속 연주를 했다. 아이는 나에게 Youtube 음악 중 락밴드 음악을 하면 안되냐며 요청했고 우리는 락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3일차

3일차에는 위치가 약간 조정되어서 우리는 구석 위치에 테이블을 배정받았다. 이 것 또한 나의 마음을 무언가 복잡하게 만들었다. 역시 나는 관중에 대해서 신경쓰고 있었음에 분명했다. 아들러심리학이 갑자기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이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무언가를 행동하고, 그 것이 없으면 이내 그 열정이 사그라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패턴에서 빠져나와서 인정과는 상관 없이 공헌감을 느끼고 그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것을 추구하자는 아들러심리학. 하지만 마음이란게 그렇게 쉽게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 어려운게 아닌가. 어찌 되었든 열심히 구석에서 어제처럼 관중들의 수의 상관 없이 연주를 이어갔다. 어제처럼 즐겁게 연주했다.

이 날은 강연이 있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음악연주를 로봇과 함께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왜 내가 이런 일을 하는지 나의 미션이 무엇이고 목표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참 즐겁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연주하는 것, 너무나 설레고 떨리는 일이다. 정말 재미있었다. 원래는 발표장에 사람들이 없어서 실망했었는데,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발표장에 사람이 있을리가 없지 않는가. 그래서 실로폰 연주와 로봇 연주를 아무도 없는 발표장에서 신명나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금새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거 통하는구나!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코펜하겐 스타트업 행사를 주최하는 어떤 기획자가 찾아왔다. 그리고 다음 달 초에 가능하다면 그 행사에 연사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강연료와 비행기를 지원해 준다고 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이 이렇게 갑자기 쓱 들어오니까 당황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돌아오며

메이커 행사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바로 아빠들이었다. 지금까지 본 가족 단위의 관람객 중 엄마랑 온 비율보다 아빠랑 온 비율이 현저히 높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육아에 아빠가 잘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교육, 사회, 문화, 철학, 정치 등등의 모든 요소요소가 갖춰져이 어렇게 될 수 있을거라 지레 짐작했다.

아이들 대상으로한 로봇 대회도 있었는데, 이 대회는 참 재미있다. 왜냐하면 경쟁이 아니라 즐기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서로 재미있는 로봇을 만들어서 그 로봇으로 씨름을 하는 것인데, 너무 즐거워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 보였다.

로봇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북을 칠 때마다 LED 가 번쩍이는 인터랙션에 크게 반응했고, 로봇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것에도 반응했다.

로봇 자체의 수정사항도 많았다. 로봇의 소리가 크다고 생각했지만 메이커 행사 장소에서는 소리가 다소 작아졌다. 로봇에게 박자를 입력하는 인터페이스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원래는 안드로이드 폰으로만 박자를 입력하는데 입력 시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금새 지루해 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로봇이 이 음악을 듣고 알아서 치냐고 물어보았는데, 그 방식으로 한 번 정말 고려해 보아야겠다.

다행이도 로봇을 하루 종일 돌렸는데도 불구하고 로봇 모터는 딱 하나만 고장이 났다. 토크가 약간 더 강한 로봇이라서 그런지 일찍 고장이 난 것 같다.

로봇 연주가 훨씬 더 멋진 수준으로 올라가야 겠다는 생각이들었다. 특히 나와 함께 연주하는 것에서도 길거리 연주하는 드러머 수준으로 사람들의 시선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즐거운 로봇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줍잖게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깡통 테두리를 스틱으로 연주하는 소리가 청량하고 좋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약 4만원 정도 돈을 벌었다! 버스킹으로 그 정도의 돈을 번 것이 참 신기했다. 정말 너무 신기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우리는 코펜하겐의 명소 뉘른하임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그 돈으로 먹었다! 감사합니다 코펜하겐.

짧은 여행을 돌아오는 길에서 아내와 나는 많은 생각을 공유했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 느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서 무섭긴 하지만 즐거운 모험같은 느낌이 참 좋았다. 앞으로도 힘들어도 이 모험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다. 우리는 한 번밖에 이 인생을 살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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